현재 한국 힙합 씬은 프로듀서 전성시대를 맞이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래퍼들의 비트를 제공하는 조연에 불과했던 비트메이커/프로듀서는, 이제 래퍼들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니, 국내 힙합 프로듀서들과 해외 스타 뮤지션들과의 작업도 이뤄지고 있으니, 그 이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런 성과는 꽤 오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그 발전의 과정에는 늘 프로듀서 마일드비츠(Mild Beats)가 함께 했다. 그는 늘 붐뱁 스타일을 고수해왔고, 그런 고집은 그를 한국 힙합계를 대표하는 비트메이커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데뷔 앨범 [Loaded]를 발표한 지 어느덧 10년을 맞이한 프로듀서 마일드비츠. 우리는 그를 홍익대학교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반갑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음악을 들으면서 지내셨나요?
새로 나오는 외국 신보는 찾아 듣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슬럼빌리지(Slum Village) 신보를 들었어요.
커리어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에 앞서, 마일드비츠 님께서 힙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락 키드들이 많았는데, 저도 그중 한 사람이었어요. 옛날에 리어카에 락 음악이나 랩 댄스 뮤직 모음이라고 컴필레이션 같은 테이프를 팔았어요. 그때 런디엠씨(Run D.M.C.)를 접하고 마키마크(Marky Mark)도 접했어요. 그때는 댄스음악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뉴잭스윙을 듣기도 했어요. 힙합부터 시작한 게 아니고 락 음악을 미디로 카피 했었죠.
1집 [Loaded]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재판도 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인데요, 당시에 이런 인기를 예상하셨나요?
이게 10년 전에 나온 앨범인데, 당시에 재판이 되는 건 단순히 ‘인기가 많다’, 이런 건 아니었어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당시엔 힙합의 부흥기였고, CD가 잘 팔리던 시기였어요. 당시엔 온라인이란 개념이 많이 없어서 판매량은 괜찮았지만, 그 당시의 다른 음반에 비해 대단히 많이 팔린 것은 아니에요. 물론, 재판을 찍어서 완판이 됐지만, 총 판매량을 보면 많이 나간 건 아니죠. 평균적인 수준이었어요. 팬들의 관심이 많았던 것은, 뮤직비디오에서 우리가 반다나를 쓰고, 장난감 총을 들고.... 곡 제목이 “2인조 강도"였기 때문에 컨셉상 그렇게 한 거죠. 한번 해보고 싶었죠. 인기는 없었어요. (전원 웃음)
마일드비츠 - 2인조 강도 (Feat. 데드피, & 딥플로우)
앨범: 마일드비츠, [Loaded] (2005)
당시에 “2인조 강도” 인트로가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의 곡과 같은 샘플을 써서, ‘헷갈려서 듣게 됐다’라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 인트로는 제가 가지고 있는 레코드 중에 인트로만 따다 쓴 거예요.
참여진 라인업이 굉장히 화려한데, 어떤 경로로 합작을 하게 됐나요?
그때는 자연스러웠죠. 저희하고 소울컴퍼니(Soul company)하고는 함께 공연하고 그랬으니까요. 어렸을 때는 서로서로 도와주고, 공연할 곳도 많이 없으니까 같이 모여서 하고 그랬어요.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자연스럽게 전화해서 ‘같이하자’라는 식으로...... 지금 와서 말씀을 드리지만, (참여자 분들에게) 적절한 페이를 못 드렸어요.
당시 참여진 중에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도 있었죠.
그때 사이먼 도미닉은 유명하진 않았지만, 저희 사이에선 ‘부산에 랩을 진짜 잘하는 애가 있다’라는 이야기가 돌았어요. 아마 랍티미스트(Loptimist)한테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컨택을 하게 됐죠. 그땐 빅딜이라는 회사가 있었기 때문에, 서울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고, 참여하게 됐죠.
작업기간은 어느 정도 됐나요?
1년 좀 더 걸렸어요. 그 당시 믹스 마스터링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공을 좀 더 들여서라도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알아봤고, 사람이 워낙 많아서 녹음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집 때의 작업방식은 한 곡에 여섯 개정도의 샘플을 넣었는데, 이게 조금 편협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편협한 시각인데, 그 당시에는 샘플링 하는 사람들끼리 소위 ‘통 샘플링’을 죄악시하고 무시하는 분위기였어요. '누가 더 모르게 잘게 잘라서 섞는가'에 자존심이 걸리는 식의 분위기였죠. 곡 만드는 데는 도움이 많이 됐지만,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았어요. 우겨넣은 부분도 많고요. 지금은 오히려 더 단순하게 만들고 싶지 막 섞어서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사랑을 많이 받은 앨범이기도 하고 데뷔 앨범인 만큼 본인에게도 많은 애착이 있는 앨범일 것 같아요. 10년이 지난 현재 들어보면 어떤 앨범인가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새롭고 이런 부분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아서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는 앨범은 아니에요.
이 앨범이 저작권 협회와 일부 음원 사이트에서는 등록이 안 돼 있더라고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1집의 판권이 제가 아니라 그 당시 빅딜 레코드 사장 샥이(Shock-E)씨에게 있어요. 음원 사이트에 올리고 내리는 것도 그 친구가 하고 있을 거예요.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건 아니고 한번 이야기를 해 봐야죠.
1집에서 라임어택(Rhyme-A-) 님과 콜라보를 하시고 그 다음에 내신 앨범이 라임어택 님과 함께한 [Message From Underground 2006]예요. 1집이 나오고 1 년이 안 돼서 내셨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나요?
네. 이 당시에 작업을 많이 하고 있던 시기였고 라임어택도 열정이 많고 가사도 빨리 쓰는 편이여서 생각보다 빨리 나왔어요. 재미있게 작업 했어요.
여러 아티스트들과 합작했던 첫 앨범과는 달리, 바로 뒤에 내신 앨범은 콜라보 앨범이었어요. 콜라보 앨범은 작업 방식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많이 다르죠. 솔로 앨범 때는 여러 명 스케줄을 맞춰서 녹음을 잡고 한 명이라도 안 나오면 일단 앨범이 늦어지는데, 프로젝트 앨범은 마음 맞는 사람 둘이서 하는 거니까 시간도 단축되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정해져 있어서 전반적으로 더 좋았죠.
콜라보 앨범을 제작할 때에는 콜라보레이터의 의견을 중시한다고 들었어요. 그럼 보통 상대방의 스타일에 맞춰서 앨범을 제작하는 건가요?
가사나 주제에 대한 부분은 같이 이야기를 하지만 가사의 상세한 부분은 전혀 터치하지 않아요. 저도 상대방에게서 '이런 스타일로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요청을 받지만, 그거에 완벽히 맞출 수는 없으니까요. 서로 맞춰 가는 거죠.
이 앨범의 [Loaded]의 연장선상에 있는 앨범이란 이야기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 당시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쭉 하고 있었고 시기적으로 별로 차이가 없었으니까요.
프라이머리(Primary)와 합작하신 [Back Again]은 두 프로듀서 간의 작업이었던 만큼, 신선하기도 했고 인기도 많았어요. 원래는 랍티미스트(Loptimist) 님과 셋이서 팀으로 작업하려고 했다는 게 맞나요?
다들 친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어요. 프라이머리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데, 랍티미스트는 베이스는 누가하고 드럼은 누가하고 이런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기를 원해서, 의견이 안 맞았어요. 최종적으로는 프라이머리랑 둘이 하게 됐죠.
프라이머리 & 마일드비츠 - Micophone Solo (Feat. 도끼)
앨범: 프라이머리 & 마일드비츠, [Back Again] (2008)
작업 기간이 매우 짧았다고 들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했는데 오히려 더 재미있었어요. 작업이 길어지면 늘어지는 것 같아서 더 빡세게 했어요. 제가 녹음 받으면 다음날 뒤에서 프라이머리가 그걸 믹스를 하는 방식으로요.
기본적인 바탕을 마일드비츠 님이 만드시고, 그 위에 프라이머리 님이 작업했다고 들었는데,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룹(Loop) 같은걸 제가 샘플링해서 프라이머리에게 보내주면 위에 베이스나 피아노를 얹거나, 프라이머리가 곡을 만들어서 보내주면 제가 샘플 소스를 얹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사실, 여러 명이 함께 작업을 하다 보면 의견 불일치도 일어나곤 하는데, 트러블 같은 건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워낙 친했고 음악 스타일이 달라도 서로의 음악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어서 재미있게 작업 했어요.
당시에 "Outro"가 대박이었는데...
그건 데드피 녹음실에서 녹음한 건데... 프라이머리랑 데드피가 자꾸 시켜가지고, 억지로 한 거예요. (전원 웃음) 결국 넣었더라고요.
과거에 [M&A]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20대 중후반이 공감할 수 있는 삶, 고독, 꿈 등을 다룬 것이 이 앨범의 컨셉이라고 들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시면 어떠신가요?
이렇게 말하면 조금 웃기지만, 어드스피치(Addsp2ch)가 약간 우울하고 비관적인 친구예요. (웃음) 어렸을 때 힘들게 자라왔고, 저도 그걸 잘 알았고요. 지금도 "Mama & Papa"라는 곡을 좋아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앨범은 아니지만, 정말 가사적으로 훌륭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밝은 성격이 아니라서, 공감이 많이 갔죠. 저 히키코모리 같은 스타일은 아니예요. 집밖에도 나가고, 술도 좋아하고 잘 노는데... 아무튼, 이 앨범을 작업하면서 서로의 사정에 대해 잘 알았어요. 그래서 저희끼리만 공감했을 수도 있겠지만요. 앨범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하는 앨범이에요.
그런 컨셉 때문인지 사운드 풍부해지고 다채로워졌다는 평이 많았어요. 작업 방식에 변화를 준 게 있나요?
'방식을 바꾸어야겠다', 이런 식으로 한 건 아니에요. 그 당시 어드스피치가 원하는 곡이 기존 방식에서 양념이 많이 가미된 스타일이어서, 거기에 맞춘 부분이 있고요. 작업 방식이 변한 건 아니에요.
시퀀싱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샘플링 작법과의 큰 차이점이 무엇이었나요?
단순하게 예를 들자면, 누가 브라스를 넣어 주라고 하면 시퀀싱으로는 금방 되는데, 샘플링으로 하려면 레코드를 일일이 찾아야 하죠. 저는 큰 차이는 두지 않는 편이에요.
당시에 라디오 출연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라디오 출연을 했었나요?
네, 제가 당시에 기사를 찾아봤어요.
아아, 네. 그런데 그때 저는 안 갔어요. 안간 거에 대한 에피소드는 있는데, 그 당시 약간 보여주기 식으로 기자분과 인터뷰를 했어요. 그 기자분이 저를 보자마자, "다른 분은 꾸미고 오시는데, 담배 사러 오셨네"라고 하길래, 화가 나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어드스피치도 똑같이 가만히 있었고, 사장님만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계셨고요. "저는 이런 인터뷰도 원치 않고, 방송 나갈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말씀 하시면 안 되죠"하고 나와 버렸어요. 저는 사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데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것들에 불만이 있었어요. 어드스피치만 라디오에 나갔어요. 거기서 어드스피치한테 랩시키고 그랬대요. 아나운서 피부가 인절미 같다, 뭐 이런 거 하다가 혼났다고. (웃음)
블레이저스(마일드비츠 & 딥플로우) - She Wants You Back
앨범: 블레이저스(마일드비츠 & 딥플로우), [Stubborn Guys] (2009)
[M&A]가 만족스러웠던 반면에 [Stubborn Guys] 앨범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하신 적이 있는데요. 어떤 점이 아쉬우셨는지요?
딥플로우(Deepflow)란 친구랑 빡세게 작업했는데 지금 들어보면 비트가 통일성이 없었던 것 같아요. 딥플로우는 그 당시 랩 할 만큼 했는데 홍보나 다른 부분에서 아쉬웠고, 급하게 일을 진행 했던 것 같아요. 초기엔 계획을 많이 잡았는데, 저도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조금 지친 것도 있고요.
그리고 블레이저스 2집이 나온다고 들었어요.
지금 작업하고 있어요. 정규는 아니고 여섯 곡 정도 수록되는 EP 앨범 형식으로 나올 것 같아요. 매주 월요일 날 만나서 세 네 시간 정도 제가 비트 작업도 하고 샘플도 고르고요. 딥플로우가 가사를 쓰고 일주일에 한 곡 정도 나오는 것 같아요. 딥플로우가 먼저 제안했는데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자주 이야기하신 내용이겠지만, 빅딜에 관한 내용도 조금 이야기해볼게요. 빅딜은 빅딜 레코드로 시작해서 빅딜 스쿼즈라는 크루 형태로 다시 나왔을 때, 데드피(Dead'P) 님은 빅딜 레코드는 그대로 유지되고, 빅딜 스쿼드라는 크루는 별개라고 말하셨는데, 크루 구성원에 빅딜 레코드 멤버가 많아서 그런지 빅딜 스쿼드가 빅딜 레코드를 대체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얼마 전에 딥플로우 힙합엘이 인터뷰를 봤는데, 말을 많이 했더라고요. 할 말이 많았나 봐요. (전원 웃음) 멤버들과 사장님과의 음악적 불신이 쌓였던 것 같아요. 싸우고 헤어진 건 절대 아니에요. 프로모션도 대중적인 방향으로 잡으려고 하시고 추구하는 음악성향이 맞지 않았던 거죠. 마르코(Marco) 그 친구는 대중적인 음악 성향 이였고 그게 하고 싶은 음악이었어요. 그 친구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 모두 음악 성향이 달랐죠. 빅딜 스쿼드가 생겼을 때 저는 잠시 빅딜을 나갔을 때여서 데드피(Dead'p)나 딥플로우가 멤버들을 새로 뽑았었죠. 다시 들어가고 모두 보긴 했었는데 잘 챙겨주진 못했어요.
언스포큰이 소리 소문 없이 활동을 중지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나요?
합의하에 서로 역할분담을 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다들 작업을 해오는 사람들이라 자존심 때문에 처음에는 별 탈이 없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와해가 됐어요.
지금은 크루 느와르(N.O.I.R)에 있으신데, 언스포큰의 연장 선상에 놓인 크루라고 봐도 되나요?
연장선 상에 있는 크루는 아니에요. 마지막 크루라고 생각하고 한 크루인데 차붐(Chaboom), 드래곤 A.T(Dragon A.T) 언슈도(Unseudo)란 친구들과 같이 만들었는데, 이 친구들이 실력이 대단한 친구들인데, SNS도 안하고 알려질 기회가 부족해서 인지도가 부족한 것 같아요. 얘네들이 컴퓨터를 잘 안 해요. 컴맹이고... (전원 웃음) 차붐도 페이스북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요. 자기 홍보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그걸 끌어올리고 싶어요. 뭐, 저도 그리 나대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 친구들은 실력이 그냥 묻히기엔 너무 아까워요. 지금은 각자의 사정 때문에 활동을 멈추고 있는 상태입니다.
소리헤다 님과 함께 내신 [연우]는 소리헤다 님이 빅딜에 들어가고 낸 첫 정규 앨범이었는데, 빅딜에 들어갔던 이유 중 하나가 마일드비츠님에 대한 리스펙이었다고 들었어요.
저에 대한 리스펙이라면 정말 고마운 일이죠. 소리헤다는 저뿐만이 아니라 데드피란 친구를 워낙 좋아해서, 자리를 만들어서 같이 빅딜을 하자는 식으로 말을 많이 했어요. 사실상 빅딜이 와해되는 시점이어서 큰 의미는 없었어요. 자기도 황당했겠지만, 본인의 선택이었으니까... 당시엔 집도 근처에 살았어요.
그럼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지금은 같이 삽니다. 같이 산지 2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연우] 작업 기간이 약 1달 정도로 대단히 짧았다고 들었어요. 빠른 진행 과정에서 트러블은 없었나요?
작업 할 때는 트러블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작업 끝내고 나서 술 마실 때 트러블이 있었죠. (전원 웃음)
마일드비츠 & 소리헤다 - 먼곳
앨범: 마일드비츠 & 소리헤다, [연우] (2011)
트랙순서가 두 분의 곡이 번갈아 가면서 배치되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앨범이나 곡 전체 컨셉은 소리헤다가 모두 맡았어요. 소리헤다는 [연우]에 하려는 스타일이 정해져 있더라고요. 서정적인 느낌으로요. 저는 그전에 했던 걸 그대로 했어요. 각자의 음악적 색깔이 너무 뚜렷하니까, 소리헤다가 우리의 트랙을 번갈아 가면서 수록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해보니 괜찮아서 그렇게 했어요.
앨범타이틀과 곡 제목이 전부 한글이에요 곡 제목이 단어인데도 불구하고 쭉 나열해보면 하나의 배경이 연상되는 느낌이에요. 한 사람이 이동하는 느낌을 의도했다고 들었는데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 전체적인 컨셉을 만들 때부터 흘러가는 시간대나 배경을 생각해 놓고 만들었고요. 나중에 곡을 들어보면서 자세한 제목을 정했는데 소리헤다가 주도했고 저는 보조하는 역할이었어요. 제목만 봐도 아시겠지만 여행자가 파도 치는 곳에 갔다가 별도 보고 이렇게 이동하는 느낌이에요.
소리헤다 님께서는 랩도 넣자고 하셨는데, 마일드비츠 님께서는 인스트루멘탈로만 구성된 앨범을 원하셨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 당시에 인스트루멘탈 앨범이 별로 없어서,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하고 싶은 욕심이 근본적인 이유였던 것 같아요.
프라이머리 님이라든지 소리헤다 님과 함께 한 앨범을 좋아하는 팬들이 정말 많아요. 이런 프로듀서 합작 앨범을 또 내실 계획이 있나요?
지금 당장은 없는 것 같아요. 프라이머리나 소리헤다도 서로 바쁘고, 프라이머리는 만날 때마나 '2집 내야지’라고 말하긴 하는데, 프라이머리는 아무래도 소속사가 있으니까요. 안 나오겠죠? (웃음)
비단 이 앨범이 뿐이 아니라 마일드비츠 님의 작업물들에는 단체곡이 거의 없고, 객원 뮤지션도 많이 쓰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 앨범을 하는 경우에는 래퍼들 스케줄 조정이나 이런 게 어렵죠. 제가 나서거나 소통이 활발하고 이런 사람이 아니라서요.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게, 싫은 건 아닌데 개인의 앨범 만족도나 이런 걸 생각해서라도 둘이서 하는 게 편해요.
[연우] 앨범에서 마일드비츠 님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다른 인터뷰에서는 꾸준히 혼자 준비해왔던 음악이라고도 하셨는데, 그럼 트랩이나 다른 스타일의 음악도 발표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트랩은 일단 할 생각이 없고요. 제가 잘하는 게 있고 트랩을 하시는 분들이 잘 하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은 광고음악에서 몇 번 하긴 했었는데 그건 마일드비츠로서가 아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카페 커먼에서 음감회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음감회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것도 소리헤다 머리에서 나왔죠. 소리헤다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정보 전달을 중요시해요. 나쁘다는 게 아니라,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비트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는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음감회에서 소리헤다가 설명을 아주 잘해줬어요. 둘이서 앞에 앉아서 스팟라이트도 저한테만 비추는데, 두 시간 동안 죽겠더라고요. 랩이 나오는 게 아니니깐 공연을 할 수도 없었고... 힘들었어요. (웃음) 이제는 안 할라고요.
래퍼, 프로듀서, 래퍼 겸 프로듀서분들과 다양하게 합작 앨범을 내셨는데, 이중 마일드비츠 님께서 가장 편하게 작업하신 구성은 어떤 건가요?
프로듀서 끼리 하는 게 아무래도 동종업계의 사람이다 보니 더 편한 것 같아요. 곡 선정도 빨리 되는 편인 것 같고요.
프로듀서끼리 작업을 할때 드럼의 톤이나 믹싱에 관해 서로의 취향에 따라 의견이 갈리진 않나요?
서로의 음악에 대한 리스펙이나 성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친하다고 ‘앨범 만들자’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서로 음악 성향이 비슷하고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게 중요하죠.
마일드비츠 님의 2집 앨범 [Beautiful Struggle]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또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가 삶과 관련된 것인가요?
제목 자체가 [Beautiful Struggle] 인데 초점은 ‘Struggle’ 보다는 ‘Beautiful’에 맞췄어요. 아무래도 프로듀서들은 잘나가는 래퍼들과 작업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힘들어요. 그동안 제가 느껴왔던 감정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어요. 개인적으로 이때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작업하다가 쓰러져서 병원을 갔는데, 그냥 아픈 건 줄 알았죠. 진단을 해보니 공황장애였어요. 이 앨범 작업 시기부터 공황장애가 생겼고, 그 이후로도 약을 먹고 있는데, 솔직히 삶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팬 분들도 있으니까, '그래도 아름다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풀어내려 했어요.
앨범의 첫 곡과 마지막 에 참여하신 MC분들께 이런 느낌이라고 설명하셨다고 들었는데, 기억이 나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한마디로 하자면 ‘Life goes on'이었는데 서로의 사정을 잘 알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쓰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제 삶에 관해서 짧게 설명했죠.
마일드비츠 - Beautiful Struggle (Feat. 라임어택)
앨범: 마일드비츠, [Beautiful Struggle] (2013)
마일드비츠 님은 곡 마지막과 처음 순서를 정하시는데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들었어요. 트랙 순서를 정할 때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노하우는 없어요. 곡 만들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죠. ‘인트로에 들어 가겠구나’, 혹은 ‘몇 번째 들어가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제 앨범인 경우에만 가능하죠. 다른 사람에게 주는 곡은 불가능해요.
원래는 신인들을 위해서 곡이 더 준비되어 있었는데 추려내다 보니 13곡이 된 것이라고 들었어요. 그때 같이하지 못했던 신인들 중에 작업을 나중에 같이했다거나 앞으로 작업계획이 있다거나 하는 분 있나요?
당장은 없는 것 같아요. 제이티(JayT) 같은 경우에는 크루가 있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 있어요. 케이디(Kaydee)라는 친구랑도 싱글을 내고 반응도 좋았는데 이 친구가 사정이 안 좋아져서 군대를 가게 돼서요. 신인들이랑 작업을 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네요.
2013년에 1인 프로덕션 리스너블 프로덕션(Listenable Production)을 론칭하셨어요. '소울풀, 훵키, 재지'가 모토로 알고 있는데, 모토와 함께 프로덕션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이거는 제가 정신적으로 힘들 때 시작한 거예요. [쇼미더머니]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힙합을 래퍼에 연결 지어 생각하시잖아요. 힙합이 랩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소울풀, 훵키, 재지는 프로덕션을 의미해요. 랩 자체를 배제한 개인 레이블을 해보고 싶었어요. 래퍼가 필요하면 객원 래퍼을 동원하는 방식으로요. 차차 활동을 해야죠.
설립하실 때 신입 프로듀서들을 공개모집 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구성원이 어떻게 되나요?
지금은 한 명도 없어요. 힙합엘이 믹스테입 메뉴에 보면 비트테이프가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그걸 다 들어봐요. 잘하시는 분들도 물론 많지만, 리스너블 프로덕션이 디깅(Digging)을 추구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프로듀서분들에게 LP 샘플링을 한 것인지 일일이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들어 봤을 때의 느낌이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을 찾고 있어요.
에이펙스 - Graffiti (Feat. 넉살)
앨범: 에이펙스, [Goblin Conscious] (2015)
지엘(G.L)의 에이펙스(APEX) 님과 넉살 님와 작업한 싱글 “Graffiti”를 내셨어요. 흥미로운 조합이었는데, 원래 잘 알던 사이였나요?
에이펙스 씨가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지방에서 일하시면서작업을 하신다길래 더 많은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도 들었어요. 에이펙스 씨의 작업물을 들어봤는데 퀄리티가 좋길래 함께 작업을 하게 됐죠. 넉살도 지금은 함께 술도 잘 먹는 사이지만 그때는 잘 몰랐죠.
힙합 음악과 앨범들이 어이없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제 앨범이 거의 다 19금이기도 하고요. 알아서 부모님들의 주민번호를 이용해서 듣지 않을까... (전원 웃음) 대중적인 부분에서 신경을 쓰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신경 쓰이겠죠.
루피 - 희망뉴스2012 (Feat. 김박첼라, 제리케이)
앨범: 루피, [희망뉴스2012] (2012)
2012년에는 루피(Lupi)와 제리케이(Jerry.k), 김박첼라 이 분들과 함께 투표 독려곡 '희망뉴스2012'를 프로듀싱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루피의 부탁을 받고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다들 아시다시피 제리케이가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래퍼잖아요. 물론, 저는 그 부분을 존중하고요. 저는 정치색 없이 회색분자에 가깝기 때문에 가볍게 작업 했던 것 같아요.
던말릭(Don Malik) 님과 같이한 [탯줄]에 관한 이야기 해볼게요. 던말릭 님이 먼저 메일을 보냈다고 하는데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던말릭(Don Malik)이 믹스테입을 냈을 때 주목을 많이 받았었잖아요. 저도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같이 작업해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던 참에 연락이 왔어요. 만나서 이야기 해보니 올드스쿨에 대한 애정도 많고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바로 작업하기로 결정했죠.
아무래도 작업제의를 하실 때에는 던말릭 님이 믹스테입 말고는 커리어가 없던 시기였는데, 특별히 우려되는 점은 없었나요?
잘하니까 걱정되는 점은 없었어요. 정규로 내기에는 던말릭이 부담을 느꼈고, 저도 싱글로 내기에는 싫어서 EP로 내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EP로 나왔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시는데 소통의 문제는 없었나요? 던말릭 님은 마일드비츠 님이 억압적인 태도는 없이 열려 있다고, 소위 '꼰끼'가 없다고 하셨더라고요.
제가 그런 걸 되게 싫어하고요. 던말릭 이 친구도 스스럼없이 저 보면 먼저 ‘형'이라고 하면서 힙합 악수 하고요. (전원 웃음) 재미있는 친구라, 저를 어렵게 대하는 사람들보다 더 좋았어요.
[탯줄]에 쓸 비트를 100개 준비하셨고, 그중 5개를 선정했다고 들었어요. 평소에도 이렇게 많은 비트를 준비하시나요?
많이 주긴 했던 것 같은데, 100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전원 웃음) 제가 100개라고 했었나요? 제가 그때 작업을 쉬던 시기였어요. 머리도 식힐 겸 여행을 다녀오고 던말릭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데 100개는 아니고 50개 좀 넘게 들려준 것 같아요. 한 번에 몰아서 들은 게 아니라 나눠서 들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던말릭이 최근에 만든 비트 다섯 개를 고르더라고요. 나이 많은 사람이랑 작업하면 보통 '아, 이거 좀 별로라고 하면 혼나려나?'하는 생각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는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저는 그 점이 좋았고요. 저도 많이 까였죠. (전원 웃음)
마일드비츠 님께서 "Old School"과 "Street"는 반드시 수록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이런 비트 초이스가 MC의 음악 스타일을 고려한 부분인가요?
그렇죠. 둘이 하는 컨셉 앨범이라서 한쪽이 안 하겠다고 했으면 안 했을 텐데 던말릭도 곡이 마음에 든다 해서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트랙의 제목은 앨범의 전반적인 컨셉이자 핵심 키워드인 것 같아요. 이 앨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상징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그렇죠. "Street"은 던말릭이 길거리 싸이퍼 쪽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Old School"은 둘 다 제일 리스펙하는 음악이죠.
[탯줄]을 마지막으로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내지 않으신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게 오해가 있는 게 제 개인 '솔로' 앨범을 더 이상 안 낼 생각이에요. 마일드비츠 3집, 4집을요. 개인적으로도 힘들었고, 앨범을 내는데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몇 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낼 생각이 없어요.
최근 비트가 과거에 비해 로우(raw)해졌다는 평이 있어요. 만약 그런 로우함이 의도하신 거라면, 과거의 비트 프로덕션과는 어떤 차이점을 두려고 하셨나요?
로우해졌나요? (전원 웃음) 저는 하고 싶은 음악이 정해져 있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앨범마다 컨셉이 다르고 혼자 하는 앨범이 아니니까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저는 의도하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던말릭의 아이디어예요. 던말릭이 앨범에서 세세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About Muse"에서도 재지한 샘플로 바뀌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도 던말릭의 아이디어였어요.
CD에는 인스트루멘탈이 수록되어있는 반면에 음원 사이트에는 공개하지 않으셨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리스너들도 CD를 사지 않는 시대고, 소수의 마니아들만 CD를 사시는 시대가 됐는데, 인스트루멘탈은 제가 공개를 안 하면 못 들으시니까, CD를 사시는 분들께 보너스 개념으로 공개했어요.
거의 매년 앨범을 내는 편이에요. 작업량이 많으실 텐데, 부담 같은 건 없나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니까요. 저 놀러도 다녀요. (전원 웃음) 술 먹고 다음날 숙취 때문에 작업 못하기도 하고... 부담감은 의뢰를 받았을 때, 데드라인까지 작업물을 내야 하니까 그럴 때 있죠. 저는 회사도 없으니까 작업하고 싶을 때 하고 쉬기도 하고 자유롭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머신(Maschine)을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 애용하시는 장비가 무엇이 있나요?
머신1 처음 나왔을 때 샀다가 팔았고요. 얼마 전에 머신2마크2를 사서 쓰는데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돼서 좋더라고요. 예전에는 MPC2000XL썼었고 ASR10, ASR-X. ASR-X 같은 경우는 1집 때 사용했는데 중간에 싼값에 팔아버려서 많이 후회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건 머신이랑 노트북, 그리고 얼마 전에 MPC3000도 구입했어요. 사실 불편하니까 MPC3000은 잘 안 쓰죠. 그래도 힙합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거 있잖아요. 갖고 싶은 거. MPC3000만으로 인스트루멘탈 앨범 하나 만들고자 하는 계획이 있어요. 내년에는 나오겠죠.
LP샵을 매우 애용하신다고 들었는데 마일드비츠 님께서 자주 찾으시는 핫플레이스가 있나요?
아, 핫플레이스... 패피들이셨구나. (전원 웃음) 예전에는 강동구청 쪽에 '엘피킹'이라는 곳이 가격도 쌌는데, 요새는 좀 올랐더라고요. 요새는 홍대의 '시트레코드'가 최고죠. 할인도 잘해주시고 물건을 직접 가져오시기 때문에 좋은 것들이 많아요. 요즘에는 거의 시트레코드에서 사고 있습니다.
타 매체 인터뷰에서 'LP 표지에 흑인 여러 명이 미소 짓고 있으면 무조건 사야 한다'라고 이야기하셨는데, LP 디깅할 때 알려주실 팁이 또 있다면?
맞는 말이죠. 흑인뿐만이 아니라 백인이 여러 명 웃고 있어도 좋은 LP일 수 있죠. (전원 웃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소울/훵크, 재즈 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도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어요. 커버아트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고르는 재미도 있고요.
커버가 야한 것도 많고요.
야한 것도 많고요. (전원 웃음)
자주 샘플링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자주 샘플링 하는 아티스트는 없는 것 같아요. 장르는 소울/훵크, 최근에는 재즈 쪽을 많이 했던 것 같고요. 혹시 센 곡을 찾으시는 분들은 국내 개봉 안 한 OST 앨범을 찾으면 좋아요. 옛날에 했던 단체 곡에도 OST음악 샘플이 핵심이었어요. 그것도 커버를 보고 샀습니다. (웃음)
엔지니어링은 공부를 많이 하신다고 들었는데, 화성학을 비롯한 작곡 공부를 따로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화성학이 샘플링 작법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궁금하네요.
엔지니어링을 공부를 많이 한다는 건 낭설이고요. 저는 전혀 안 하고 있고요. (웃음) 엔지니어링은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입장이에요. 1차 믹스는 제가 하지만요. 화성학 같은 경우에는, 작곡 공부를 따로 해 본 적은 없지만 건반을 눌러보다가 ‘이건 왜 이러나’ 해서 책을 찾아본 적은 있어요.
"추격전"이란 곡에서도 그랬지만, 과거의 인터뷰에서도 MP3란 포맷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셨는데, 그로부터 10 여 년 정도 지난 현재, 마일드비츠 님이 보시는 MP3는 어떤가요?
그 때 당시에는 MP3란 개념이 별로 없었잖아요. 공짜로 다운 받는 개념이 강해서 곡에서 반감을 표현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보편화 됐으니까 반감이 전혀 없죠. 다만, 저는 좋아하는 힙합 음반들을 소장하는 느낌이 좋아서 CD를 구매하는 편이에요.
많은 프로듀서 분들은 게임 음악이나 광고 음악 등의 위주 작업을 하시더라고요. 마일드비츠 님도 그런 작업을 하시나요?
일이 들어왔을 때 여유가 되면 하긴 하죠. 게임 음악이나 광고 음악은 하시는 많이 하시기 때문에, 누가 안 된다 하면 대신 해주는 편이라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일이에요. 예전에 인피니트H(Infinite-H)였나? 동훈이(프라이머리)가 이쪽 친구들한테 줄 비트를 제 느낌대로 만들어서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알겠다고 했죠. 제 느낌대로 했으니까 당연히 안 됐죠. (웃음) 하고 싶은 작업은 아니라서 가급적이면 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대중음악 쪽 위주 작업은 안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금전적 수입원은 힙합 쪽 프로듀싱 뿐인가요?
그렇죠. 대중음악 쪽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제 스타일이 있으니까 의뢰가 잘 들어오지도 않고요. 금전적인 부분만 보면 좋은 편은 아닌데 10년 전이랑 비교해 보면 좋아졌죠.
요즘 관심 가는 신인 프로듀서가 있나요?
딥프라이(Deepfry), 이분은 신인은 아니지만. 그리고 언슈도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작업물을 보면 잘 하는 것 같아요.
해외 래퍼과 컨택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네. 제가 앨범에 넣고 남은 곡들을 라임세이어스(Rhymesayers)나 몇몇 기획사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적이 있어요. 일방적인 컨택이었지 돌아오는 건 없었어요. 이메일을 확인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만약, 작업한다면 곡이니까 언어의 문제 없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컨택을 해봤거나,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는?
에비던스(Evidence)가 일 순위에요.
그래서 아까 라임세이어스를 말하신 거군요.
그래서일 수도 있겠네요. 에비던스와 다일레이트드 피플즈(Dilated Peoples) 같은 친구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과거에 버쳐보이즈(Butcher Boyz) 인터뷰에서 어드스피치 님께서 자신과 가장 잘 맞는 프로듀서로 마일드비츠 님을 꼽으셨어요. 마일드비츠 님은 누구와 가장 잘 맞는 것 같나요?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요? 아닌데. (웃음) 다 재밌게 작업은 했는데, 차붐하고 잘 맞았던 것 같고. 딱히 불편한 사람은 없었어요. 확실한 건 어드스피치는 아니에요. (전원 웃음)
샘플링 논란과 샘플 클리어런스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해주세요.
메이저 회사에서 내는 곡들이 샘플링이 많아지면서 좀 더 불거지는 느낌이긴 한데, ‘메이저 회사라서 샘플 클리어런스를 해야 하고, 언더 그라운드라서 샘플 클리어런스를 안 해도 된다’ 라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불만인 점은 이런 논란을 통해서 ‘샘플링 음악은 표절 음악이다’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는 점이에요. 아티스트보다 회사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는 게릴라 식으로 비공식적으로 앨범을 내고 싶은데, 당장 저보고 샘플 클리어런스를 하면서 앨범을 내라고 하면 한 장도 못 낼 것 같아요. 저도 이런 논란을 준비를 해야 되는 건데 좋은 상황은 아니죠.
마일드비츠 님께서 사용하신 샘플을 공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공개 하는 건 상관 없죠. 논란이 걱정이에요.
어떤 비트메이커는 원곡을 굳이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리스너로 하여금 디깅을 통해 원곡을 찾는 재미를 느끼기 위함이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마일드비츠 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외국 비트메이커들도 원곡을 공개하는 분들도 있고 혼자만 작업하시는 분들도 있고, 본인의 스타일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알려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알려주는 스타일이고요.
요즘의 힙합 씬에 대한 생각은?
사실 씬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요즘 [쇼미더머니]만 봐도 술집에서 우연히 보다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출연해서 행사 페이를 올리는 데 급급한 사람들이 과거에 문화를 외치던 사람들이 맞나 싶기도 해요. 물론, 그 뒤의 행보가 멋있는 분들은 응원해요.
앞으로의 앨범을 발매하실 계획이 궁금해요.
지금 블레이저스 2집 앨범은 3곡 정도 완성된 것 같고요. 한 래퍼의 앨범을 전체 프로듀싱 할 것 같아요. 'XXXYYY' 크루의 얼라이(alllie) 라는 분이 케이온(Kayon) 씨를 부탁하셔서 작업 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솔로 인스트루멘탈 앨범 내년 발매를 위해 열심히 작업할 예정입니다. CD로만 발매할 것 같아요.
비트메이커로서 앞으로 이루고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으로도 마음 맞는 래퍼들이랑 앨범 내고, 단기적인 목표는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제대로 준비해서 내는 거고요. 욕심이 없어서 그렇게 큰 목표는 없어요.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10년 동안 음악을 하고 있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샘플링 작법을 추구하는 신인 비트메이커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샘플링에는 디깅이란 말이 전제가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MP3로 소울/훵크 앨범들을 받아서 샘플링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는 안 하지만, 디거와 다운로더들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깅을 하면 음악도 재밌어지고 샘플링도 재밌어질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이해가 잘 안 가요. ‘빨리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죽기 전까지 좋은 앨범 하나 만들면 되는 거잖아요. 디깅을 하는 게 샘플링이 살아남는 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로스카이(Shirosky)는 ‘재즈 힙합 프로듀서’란 이름을 걸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여성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2010년에[The Orbit]으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렀고, 래퍼 MYK와 합작한 EP 앨범 [Adaptati...
2000년대에 힙합을 즐겨 들었던 이들이라면 페니(Pe2ny)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소울풀한 비트를 주조해내며 2000년대의 에픽하이(Epik High)와 인피니트 플로우(Infinite Flow) 등 수많은 랩 뮤지션들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샘플링의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