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스카이(Shirosky)는 ‘재즈 힙합 프로듀서’란 이름을 걸고국내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여성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2010년에[The Orbit]으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렀고, 래퍼 MYK와 합작한 EP 앨범 [Adaptation]을 포함해 [From. Earth]와 [Domino]까지 총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해왔다. 이번 4월 27일에는 싱글 앨범 [The Way Home]을 발표한다. 레이블 소속으로 음반을 발표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 싱글 앨범은 완전히 독립 앨범이다. 이번 인터뷰에선 그녀의 이번 싱글 앨범 작업기와 과거 활동, 샘플링, 재즈 힙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반갑습니다. 시로스카이란 이름에 대한 설명 부탁할게요.
포디거에서 페니(Pe2ny) 오빠 인터뷰 봤어요. (웃음) 페니 오빠가 골라주신 건 맞아요. 오빠가 '시로'라는 이름을 써도 괜찮겠다 해서 쓰게 되었어요. 일본어를 공부하면, 본명이 '하얀'이어서 시로(しろ)라고 불렸는데, 거기다가 스카이(Sky) 등의 몇몇 단어를 조합하다가 시로스카이라는 이름이 나왔어요. 제가 오늘 같은 하얀색 하늘을 좋아하거든요.
그러면 그 이름을 트리이먼트 팩토리에 들어가서 만든 건가요?
네, 사실은 친언니가 이 이름을 만들어 줬어요. 그래서 페니 오빠도 오케이 해주셔서, 시로스카이란 이름으로 트라이먼트 팩토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책도 쓰시고 국민대 정치외교학과를 수석으로 조기졸업 했다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굳이 힙합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해서 자주 듣고 또 만들봤었어요. 처음에는 정치외교학과에 가서 정치심리학을 공부하려고 했었지만, 역시 제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힙합 음악인데, 저 스스로 저에게 꿈을 이룰 기회를 주지 않고 있는 것만 같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께 3년만 저를 믿고 저를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고, 휴학한 뒤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요. 그러다 정말로 데뷔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계속 이 길을 걷고 있네요. 어려울 때도 가끔 있었지만, 힙합을 만드는 게 여전히 가장 즐겁고 행복해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책 작업은,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하나하나 기록하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흘러간 것 같아요. 힙합 프로듀서로서 활동하면서도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하면서 하나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힙합을 처음 접한 계기, 그중에서도 재즈 힙합을 선택한 이유는?
처음부터 '재즈 힙합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힙합을 처음 접했던 것은 역시 텔레비전이었는데, 현진영이라든지 듀스(Deux), 솔리드(Solid) 같은 흑인음악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접한 뒤에 완전히 빠져들었죠. 그땐 제가 거의 유치원생이었는데, 당시에 아버지가 사다 주신 솔리드 카세트테이프를 친척 오빠들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부터 흑인음악들을 좋아했고, 커서는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투팍(2Pac), 나스(Nas)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계속 음악을 찾아 듣다가 재즈와 힙합을 접목한 피트 락(Pete Rock)이나 누자베스(Nujabes),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풍의 음악도 듣게 되었던 것 같아요.
데뷔하기 전에는 사우스, 붐뱁, 일반적인 아이돌 스타일 음악도 많이 만들어봤어요. 그런데도 제가 재즈 힙합을 선택한 이유는 재즈 안에도 쿨 재즈나 스윙, 비밥 같은 다양한 장르가 있잖아요. 재즈 음악을 디깅하면서 그런 다양한 리듬과 연주법들을 듣는 게 정말 좋았고, 개인적으로 또 제가 가장 좋아하고 지향하는 형태의 음악이기도 했어요. 무엇보다도 섬세한 멜로디와 강한 힙합 드럼의 조합이 참 좋았어요. 화끈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랄까요?
래퍼로 먼저 활동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작업을 했었나요?
있어요. 굉장히 민망하지만, 처음에 음악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한 행동이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에 가입한 것이었어요. (웃음)
그럼 녹음물이 있나요?
있었지만, 다 삭제해달라고 요청을 했고요. 여성 힙합 프로듀서 CJ 님이 힙합플레이야에서 컴페티션을 개최하셨는데, 거기에 참가했었어요. (웃음) 참가해서 8위 안까지 들어갔었어요. 참가자가 꽤 있었는데, 제가 가사를 꽤 신랄하게 썼었나 봐요. 들어가긴 했었는데,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바로 탈락하고...
당시에 속해있었던 크루에 지금도 활동 중인 분이 있나요?
현재 언더그라운드에 테즈(Taz)라는 분이 활동하고 계셔요. 같은 크루 소속은 아니지만, 마인드 트립(Mind Trip) 님도 그때 알게 되었어요.
이번 싱글 앨범 [The Way Home]은 레이블에서 독립해서 발표하셨어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확실히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세션 섭외나 녹음실 대여를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 할 수 있었고, 믹스와 마스터도 다른 분들이 해주니깐 되게 편안하게 음악만 만들었었어요. 혼자 하니까 그게 아니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혼자 다 했어요. 녹음실도 제가 직접 빌려보고, 보도자료도 제가 직접 뿌려보고요. '이래서 사람들이 회사에 들어가는구나', '회사가 나에게 많은 걸 해줬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혼자 하니깐 마음은 편했어요. 프로듀서로서 한 번쯤은 경험해볼 만한 일인 것 같아요.
다음 앨범이 정규작으로 나오게 된다면, 음악 외적인 작업이 훨씬 더 많을 텐데, 다시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제가 (회사 소속과 홀로서기를) 모두 경험해봤으니까, 이번 앨범 [The Way Home]의 전체적인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럼 다시 레이블 소속으로 하실 생각도 있는 거네요?
네, 그렇죠.
시로스카이 - Shirosky
앨범: 시로스카이, [The Orbit] (2010)
과거에 발표하신 두 앨범, [The Orbit]과 [From. Earth]는 제목에서 연관성이 느껴지는데요, 이 두 앨범은 어떤 식으로 연계되나요?
데뷔 전에 힙합프로듀서를 지망하면서 고민했었던 것은, '내가 과연 프로듀서가 될 수 있을까?', '내 이름을 걸고 앨범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었는데 제가 불안해할 때마다 단짝 친구가 늘 '작업을 시작했으니, 이미 프로듀서로 가기 위한 궤도를 탄 거다. 자연스럽게 모든 것들이 잘되어갈 거다'라고 말해줬었어요. 그 말이 당시 저한텐 매우 큰 힘이었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 앨범을 [The Orbit], 세 번째 앨범을 [From. Earth]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The orbit from earth는 '지구에서부터 나오는 궤도'라는 느낌인데, 두 음반의 커다란 연계성은 두 음반이 '가구 음악'이라는 것이에요.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죠. 실제로도 [From. Earth]는 [The Orbit]을 작업했던 환경과 같았어요. 같은 계절(여름, 가을)이라든지, 분위기(오후)나 날씨(하얀색 하늘) 같은. 그리고 [The Orbit]을 만들면서 작업했던 몇몇 곡이 [From. Earth]에 수록되기도 했고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두 음반이 EP 음반인데, 데뷔하기 전부터 개인 EP 음반을 두 장을 내고 난 다음에는 '더 성숙한 뮤지션이 될 거고 정규앨범도 준비해야겠지'라고 저 혼자 생각했었거든요. [The Orbit]과 [From. Earth] 앨범 두 장 발매를 통해, 더 어른스럽고 경험치가 쌓인 뮤지션이 될 거라는 약간 저만의 꿈 같은 것이 있었어요. 저라는 힙합 뮤지션의 음악 활동을 길게 봤을 때, 이 두 앨범은 약간 인트로(Intro) 같은 느낌이죠. 두 음반을 완료하면서 '제가 이제부터는 정말 완전히 힙합 프로듀싱에 올인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도 하고요.
[The Orbit]에선 샘플링을 하셨고, 그다음 앨범에선 연주 녹음하고 시퀀싱이 주가 된 것 같아요. 전향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제가 직접 연주한 음원들로도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제가 연주한 음원을 샘플링하는 것도 일종의 샘플링 기법이니까요. 실제로 [The Orbit] 안에도 직접 연주했었던 사운드들도 많았고요. 당시 제가 스나이퍼 사운드에 소속되어 있었었는데 MC 스나이퍼(MC Sniper) 사장님께서도 그 당시 제가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을 많이 격려해주시며 응원해주셨어요.
시로스카이 - Every Single Moment
앨범: 시로스카이, [Domino] (2014)
개인적인 느낌으론, [The Orbit]에선 재즈의 느낌이 강했다면 [Domino]에선 라운지 음악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음원 사이트에도 [Domino]는 일렉트로니카로 분류되어 있더라고요.
네. 평소에도 일렉트로니카나 딥 하우스(Deep House), 다운 템포(Down Tempo) 계열의 음악들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디제잉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그런 스타일의 음악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거든요. 기존에 제가 추구했었던 재지한 느낌의 스타일을 일렉트로닉에 접목 시킬 수는 없을까 하면서 실험을 해봤어요.
완성된 음악을 가져오는 작업(샘플링)이 아닌, 직접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작법(시퀀싱)으로 바뀌다 보니, 소리에 공간감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네. 저도 그 부분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직접 모든 걸 연주하게 되면 아무래도 기존음악을 샘플링한 데에서 받을 수 있는 특유의 질감은 사라지게 되니까요. 그래서 최근에는 바이닐(Vinyl)한 사운드를 음원 곳곳에 심거나 믹스 시에 공간감을 많이 주는 방법을 찾거나 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이번 싱글 앨범의 모토가 '익숙한 곳에서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제가 스나이퍼 사운드 소속이었을 때엔, 회사가 제게 잘 해줬지만, 개인적으로는 슬럼프를 포함한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방황을 많이 하던 시기였죠. 이제는 회사에서 나왔으니까, 제가 모든 걸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상황이지만, 제 동료들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재즈 힙합 음악도 많을 수 있고 하니까,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려움도 많았지만,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들뜬 마음도 생겼고요.
시로스카이 - Last Flight
앨범: 시로스카이, [The Way Home] (2015)
첫 트랙 "Last Flight"에 사용된 금관악기 소리는 실제 연주인가요? 크레딧에는 연주자 이름이 없더라고요.
'로열티 프리(Royalty Free)'라는 합법적 샘플이 있어요. 그걸 갖고 와서, 컷 앤 페이스트(Cut & Paste)해서 저만의 방법으로 만든 곡이에요. 나머지는 연주 녹음이죠.
두 번째 트랙 "Butterfly"에 참여한 에스비(Esbee)와 라스트피(Last.P)를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이 친구들은 시로스카이 랩 컴페티션 우승자에요. 에스비 같은 경우에는 제프 버넷(Jeff Bernat), 휘성, 이런 분들이랑 작업했더라고요. 목소리도 굉장히 좋고, 멜로디 라인을 잘 짜는 친구예요. 앞으로 굉장히 잘 될 것 같아요. 라스트피 님은 래퍼신데, 가사를 굉장히 잘 쓰셔요. 두 분 다 성격도 굉장히 좋고, 음악성도 뛰어나요.
그 'Walking In The Rain' 랩 컴페티션은 시로스카이 님의 EP 앨범 참여를 걸고 개최했던 대회인데, 그게 벌써 재작년 이맘때고, 앨범은 올해 나오게 되었네요. 기존에 계획했던 앨범 발매일은 언제였나요?
앨범이란 게, '이때 내고 싶다'해서 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웃음) 저는 또 스나이퍼 사운드라는 회사 소속이었고, 회사 스케줄이 있다 보니, 제가 내고 싶어도 스케줄에 안 맞거나 회사 스케줄에 안 맞으면 낼 수가 없었어요. 원래는 제가 작년에 낸 [Domino] 작업을 할 때, 이 친구들이랑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그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비트가 안 나와서, 합작을 보류했었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함께 하게 되었죠. 원래는 [Domino]가 나왔던 2014년 8월에 내려고 했었죠.
MYK & 시로스카이 - Intro / TIME / Picasso / 5 Percenter / Cloud 9 / Last Present
앨범: MYK & 시로스카이, [Adaptation] (2013)
MYK 씨와는 각별한 사이인 것 같아요. 피처링도 했고, 2012년 말에는 [Adaptation]도 발표하셨잖아요.
제가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도와주셨어요. 제가 페니 오빠를 통해서 알게 된 분이에요. 간혹 명절이나 그럴 때 제가 인사드리면, (저를) 응원해주셔요. 아, 맞다. 이 앨범([Adaptation)]의 리믹스 앨범이 나와요. 이 앨범을 발매했었던 레이블인 컬트 클래식 레코드(Cult Classic Records)와 저와 MYK 오빠랑 함께 작업해서 낼 계획이에요.
작업할 때 사용하는 장비, 소프트웨어와 작업 방식이 궁금하네요.
키보드와 마우스와... (웃음) 시퀀서는 큐베이스를 쓰고, 로직도 써요. 요즘 하는 작업 방식은 제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거기에 드럼 샘플을 조합해서 넣어요. 과거의 경우에는, 같은 방식이지만, 샘플링을 했었죠. 그냥, 가상 악기 잘 사용하고 있고요. (웃음)
재즈 힙합을 하시게 된 게 재즈 힙합의 분위기도 있겠지만, 재즈 음악을 좋아하신 이유도 있겠죠? 시로스카이 님이 좋아하는 재즈 스타일과 아티스트를 꼽아주세요.
재즈라면 다 좋아하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저는 쳇 베이커(Chet Baker)를 정말 좋아해요. 트럼페터이기도 하지만 보컬 목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이죠. 쳇 베이커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차분한 느낌 그리고 쳇 베이커라는 뮤지션이 살아왔던 인생 스토리를 떠올리며 음악을 들으면 씁쓸한 다크초콜릿을 먹는 듯한 기분이에요. [Let's Get Lost]라는 음반을 추천해요.
존경하는 재즈 힙합 뮤지션은요? 역시 누자베스인가요?
네.
비트메이커/프로듀서로 활동만큼이나 디제이로서의 활동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특히, 최근에 누자베스와 관련한 공연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금 설명해주세요.
누자베스와 "Luv Sic"를 작업했고, 에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프루>의 메인 래퍼인 싱고투(Shing02)라는 분이 있어요. 그분이랑 DJ 에이원(DJ A1) 씨와 같이 내한공연을 하셨어요. 누자베스 씨가 돌아가신 지 이제 5주기가 되어서, 전 세계 투어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할 때 제가 한국 대표 뮤지션으로 참가하게 된 거죠.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그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분들이고, 하고 싶었던 무대라서 흔쾌히 했어요.
최근에 신문사랑도 짧게 인터뷰한 게 있더라고요. '재즈 힙합 프로듀서'라는 타이틀로 인터뷰를 하셨는데, 본인 스스로 한국 대표 재즈 힙합 프로듀서라고 생각하시나요? (웃음)
아니요. (웃음) 제가 어떻게 감히...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전원 웃음)
그러면 시로스카이 님이 생각하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즈 힙합 프로듀서는 누가 있을까요?
재즈 힙합 프로듀서라는 아니지만, MC 메타 님이 재즈 힙합 뮤지션으로서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음, 난가? (전원 웃음) 요즘 많이 활동하시는 분들 많잖아요. 화이트 레인(White Rain) 씨도 계시고, 얼반 로맨틱 시티(Urban Romantic City / URC) 언니도 계시고, 에이준(A June)이란 친구도 있고, 디지(Deegie) 선배님도 계시고, 소리헤다 오빠도 계시고요. 쿠마파크(Kuma Park)! 쿠마파크를 굉장히 좋아해요! 각자의 특색이 있으니까, 꼭 누가 (한국 재즈 힙합을) 대표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다 좋아해요. 제가 대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웃음)
재즈 힙합 프로듀서들에게 누자베스는 어떤 존재인가요?
모든 재즈 힙합 뮤지션들이 누자베스를 항상 존경하거나 가장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만, 제 생각에 누자베스는 재즈 힙합계의 교과서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수학의 정석]이나 [맨투맨] 같은. 실제로 연주곡 형태의 재즈 힙합을 활성화 시킨 장본인이기도 하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저에게 있어서는 누자베스의 음악은, 제가 힘들 때마다 꺼내 들으면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머리가 복잡하거나 힘들 땐, 꼭 누자베스의 음악을 들으며 '예전에 나도 누자베스 음악을 들으면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만들자고 했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네이버 주소록 어플 CF
TV프로그램 <비타민> BGM 작업이랑 얼마 전에는 네이버 광고 음악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비타민> BGM을 작업한 건 아니고요, 예고편에 제 음악이 실렸어요. 네이버 광고 음악은 실제로 했어요. (그쪽에서) 의뢰가 왔었죠.
해외 작업도 하신 거로 알고 있어요.
작업에 한 것에 비해서 발표된 게 없어요. (웃음) 최근에는 에이원(Awon)이라는 분이랑 해외에서 음반 작업을 했는데, 아직 나오진 않았어요. 다른 작업물들은 아직 발매되지 않아서 쉽게 말씀을 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현실성이 없더라도)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국내/외 뮤지션은?
요즘 꽂힌 국외 뮤지션은 우야마 히로토(Uyama Hiroto)? 그분들 음악이 굉장히 좋았어요. 국내로는 정기고(Junggigo)요. 목소리가 좋아요. 그리고 조금 의외지만, 레드벨벳(Red Velvet)? (웃음) 그런 음악도 좋아해요.
레드벨벳한테 곡을 주면 SM에게서 돈은 많이 받겠네요. (웃음)
제가 (레드벨벳을) 좋아해서요. (웃음)
재즈 힙합이란 용어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펑크(Funk)나 소울 음악을 샘플링하거나 그 분위기를 차용했다고 해서 펑크 힙합이라고 부르거나 소울 힙합이라고 부르지는 않잖아요. 소울과 펑크만큼은 아니지만, 재즈도 샘플링 작법에 핵심 재료로 사용되어 왔고요. 시로스카이 님은 재즈 힙합이란 용어를 어떻게 보시나요?
네. 재즈라는 것 자체가 즉흥적인 요소(임프로비제이션)가 있으니, 사실상 재즈가 연주되고 만들어지는 과정과는 엄연히 작법도 다르고 느낌도 스타일도 다르죠. 말씀하신 대로 펑크 힙합, 소울 힙합이라는 개념이 없듯이 재즈를 샘플링했다고 재즈 힙합이 되는 것도 조금 애매하죠. 그래서 재즈 합(Jazz Hop)이라는 단어도 있고, 재즈 랩(Jazz Rap), 멜로우 힙합(Mellow Hiphop), 애시드 재즈(Acid Jazz), 누재즈(Nu-Jazz) 등등, 여러 가지 분야로 이 장르가 겹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재즈 힙합이라는 명칭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아요. 재즈 자체가 리듬이나 프레이징은 미국 흑인이나 아프리카 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멜로디나 악기는 유럽의 악기들을 주로 사용하고 있잖아요. 프레이징도 다양하고 연주자(힙합에서는 프로듀서나 비트메이커)의 특유 개성도 있고요.
실제로 힙합 프로듀서나 MC가 작업을 할 때 재즈 형태의 편곡이나 작법을 차용할 수도 있고, 누자베스나 켄이치로 니시하라(Kenichiro Nishihara)나 다른 여느 재즈 힙합 뮤지션들도 그렇지만 저도 실제로 필인 같은 리듬이나 재즈에서 자주 사용하는 스케일이나 연주법을 응용해서 작업하기도 하거든요. 정말 재즈 힙합 안에는 재지함뿐만 아니라 재즈적인 요소도 다분히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재즈 힙합이라는 틀이 다소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저는 굳이 '재즈 힙합'이란 범주 자체가 크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떻게 불리느냐가 사실 크게 중요한 건 아니기도 하고요.
재즈 힙합은 많은 걸 포괄하는 것 같아요. 재즈 밴드와 힙합 DJ나 드러머, 래퍼가 참여하는 것도, 재즈 샘플링도, 재즈 분위기를 차용한 것도 모두 재즈 힙합이라고 불리잖아요. 재즈 힙합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간단하게 정의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저는 일단 힙합 기반의 드럼 위에 재즈에서 자주 사용하는 악기들(플룻, 피아노, 브라스 등)이 사용되고, 멜로디 자체에 재지한 느낌이 있다면 다 재즈 힙합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느낌이 또 연주곡으로서도 이어진다면 더 재즈 힙합의 느낌이 강해지고요.
이건 사담이긴 한데, 디제잉을 하면서 일반 힙합과 재즈 힙합으로 분류되는 음악을 플레이하면 정말 느낌이 달라요. 재즈 힙합은 연주적인 측면이 좀 더 부각되는 것도 있고 멜로디도 상대적으로 드러나는 편이기 때문에 약간 라운지나 다운 템포적인 성향과 힙합 사이의 느낌이 조금 있어요.
일본에는 재즈 힙합을 하는 뮤지션과 레이블이 많아요. 우리나라에 재즈 힙합 프로듀서들이 적은 이유는 뭘까요?
한국 내에서 멜로우 힙합이 인제야 조금씩 사랑받고 있긴 하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재즈 힙합음악만 해서는 음악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것이 실정이었죠. 정말로 샘플링 위주의 작법을 사용할 경우엔 샘플 클리어런스 문제도 있고요.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최근에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재즈 힙합 뮤지션들, 예를 들어 URC 언니나 화이트 레인 오라버니,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 님 등 젊은 재즈 힙합 뮤지션들이 계속 전 세계를 기반으로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실제로 뮤지션들끼리 간혹 만나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우리끼리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기도 해요. 앞으로 저희도 더 열심히 고민해가면서 한국 내에 재즈 힙합 씬을 잘 만들고, 더 좋은 뮤지션들이 많이 나오고,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싶어요. 신인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시로스카이 - Love BPM 92 (Feat. 베이식, 정신)
앨범: 시로스카이, [The Orbit] (2010)
개인적으로 [The Orbit]의 수록곡 "Shirosky"과 "Love BPM 92"의 느낌을 정말 좋아합니다. 다시 이런 재즈 샘플링할 의향은 전혀 없나요?
물론 있어요. 그런 스타일로 계속해나가고 싶어요. 그런데 샘플링을 하지 않고도 그런 음색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 고민을 하고 있어요. 실제로도, 그 방법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시로스카이 님이 만드신 비트의 샘플을 공개해주실 수 있나요?
[Adaptation]의 원곡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도와드려야죠.
본인이 프로듀싱하거나 만든 비트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비트는?
[Adaptation]에 수록된 인트로 곡이 정말 좋아요.
보통 앨범 작업할 때 프로듀서들이 인트로에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아요.
그 곡에 연주곡 같은 느낌이 실려서 좋아해요. 그리고 인트로는 인트로라는 느낌 때문에 곡에 대한 부담감이 덜 하잖아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으니까요.
샘플링-표절 논란이 매년 일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어요.
샘플링과 표절은 좀 다른 개념인 것 같아요. 표절은 의도적으로 멜로디나 편곡 구성 등의 음악적 방향을 그대로 가져오는 건데, 샘플링 같은 경우에는 기존 음원을 가져다가 미술의 모자이크나 콜라주 작법같이 음악을 만드는 작업 기법의 하나니까요. 그림과 디자인을 베껴 그린 것과 그 디자인을 가지고 편집해서 2차 창작을 하는 건 다른 개념이죠.
문제는 샘플링의 클리어런스인데, 클리어런스 문제는 정말 민감해서 제가 쉽게 이야기하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해요. 하지만. 클리어런스 문제에 대해서 저의 의견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여기에는 시대적인 배경이 있어요. 이건 다른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던 적이 있었던 내용이에요.
힙합이 해외에서 들어왔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해외의 뮤지션들이 샘플링 때문에 고소를 당하는 걸 봤어요. 그러면 우리는 '저런 사람들은 우선 작업을 하고 나서 샘플 클리어런스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까, 국내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은 샘플 클리어런스를 안 한다는 생각보단 보류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 더 많은 걸 접하게 되면서, 이젠 클리어런스를 해야 한다는 전반적인 시각이 생겨났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샘플 클리어런스를 보류해왔던 과거의 사람들과 샘플 클리어런스는 필수라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 충돌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논란이 일어났죠.
이제는 샘플 클리어런스는 무조건 해야 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어떤 명확한 기준은 없었잖아요. 문화와 법의 충돌도 있었고요. 사람마다 시각과 입장이 다르고, 법적으로 클리어런스를 하는 틀도 없어서 다들 헷갈리고 있었던 거죠. 어쨌든, 샘플 클리어런스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회의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야 하고요. 이젠 논란과는 무관하게, 뮤지션들이 샘플을 클리어런스하는 방향으로 갈 거예요. 그 부분에 있어서 다른 아이디어가 나오겠죠? 사실, 샘플 클리어런스에 관해서 제가 함부로 옳고 그름을 말할 수는 없어요. 이제 힙합 음악이 인제야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프로듀서들은 우리가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에 관해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아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From. Earth]부터 시퀀싱을 하게 된 것도 샘플링 논란의 영향이 있었나요?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스나이퍼 사운드의 방침이 샘플은 무조건 클리어런스해야한다는 거였어요. 저는 직접 연주한 걸 샘플링하고 싶었어요. 샘플 클리어런스와 관련된 부분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시퀀싱을 하게 됐죠.
과거에 샘플링을 했을 때, 샘플을 고르는 기준은 어떤 게 있었나요?
바로 듣고 좋은 건 '샘플링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저는 멜로디보다는 악기 소리를 빌려온다는 생각으로 샘플링을 했었거든요. 플루트면 플루트, 브라스면 브라스, 이렇게 개별적으로 샘플링한 것들을 조각내서 편집했어요. 악기별로 따와서 조합했어요. 따로 기준 같은 건 없었어요. 재즈에서만 샘플링을 한 것도 아니고요.
샘플링할 때 징크스나 버릇 같은 게 있나요?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최근에 방영했던 <언프리티 랩스타>를 계기로 여성이 힙합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요. 그에 대한 생각은?
저도 여성 힙합퍼로서 당연히 환영이죠. 같이 음악 작업하고 응원하는 사이였던 졸리 브이(Jolly V)를 포함해서 키썸(Kisum) 씨나 치타(Cheetah) 씨 모두 제가 좋아하던 힙합 뮤지션들이라 정말 반가웠어요. 앞으로도 멋지게 활동해주셨으면 좋겠고, 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계기로 MC뿐만 아니라 여성 비걸(B-Girl)이나 프로듀서, 디제이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고요.
하지만 <언프리티 랩스타>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여성 힙합 뮤지션들에게도 무대에 설 기회를 주자는 것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인데 본의 아니게 싸움과 갈등구조가 부각돼서 조금 마음이 아팠어요. '힙합에 디스 문화가 있어서가 아니라 마치 그들이 여자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는 것이다'라는 듯한 뉘앙스도 주는 것 같았고요. 여성 힙합 뮤지션들끼리의 교류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싸우고 적대적인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닌데 말이에요.
다음 시즌이 있다면 디스와 경쟁 분위기는 가져가되, 뮤지션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더 나와주었으면 좋겠고, 각 뮤지션들 개인의 이야기도 들려주어서 한국 여성 힙합 뮤지션들이 어떠한 태도로 음악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도 조금 더 대중들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여성과 남성을 굳이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여성 힙합 뮤지션들도 충분히 매력이 있고 일반 남성 뮤지션들만큼이나 음악성이나 대중성 면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관심이 가는 게 혹시 있나요?
달리기요. 달리기에 관심이 많아요. 지금도 훈련을 받는 중이에요. (웃음) 제가 원래 달리기를 좋아해서 혼자 달리곤 했는데, 최근에 공연을 하다가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을 만나게 돼서 (요즘엔) 같이 하고 있어요. 주로 한강 쪽을 달려요. 일종의 동호회 같은 거죠. 뛰고, 커피 마시고 헤어지는 거에요. (웃음)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정말 재미있어요.
신인 프로듀서들을 위해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조언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지만, 음악을 계속 공부하고 탐구하는 뮤지션이 된다면 절대 슬럼프에 빠질 일은 없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힙합 프로듀서는 분명 즐겁고 재미있는 직업이니 힘내시고요!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즐겁게 최선을 다하다가 인연이 닿는 곳에 다시 만났으면 해요!
시로스카이(Shirosky)는 ‘재즈 힙합 프로듀서’란 이름을 걸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여성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2010년에[The Orbit]으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렀고, 래퍼 MYK와 합작한 EP 앨범 [Adaptati...
2000년대에 힙합을 즐겨 들었던 이들이라면 페니(Pe2ny)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소울풀한 비트를 주조해내며 2000년대의 에픽하이(Epik High)와 인피니트 플로우(Infinite Flow) 등 수많은 랩 뮤지션들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샘플링의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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